[17-18 London] Day1: 첫 여행의 시작

2020. 11. 3. 11:202017-18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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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유럽 여행이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대학교 입학하고 유럽 여행을 내 손으로 꼭 가보겠다고 다짐하고

미친듯이 알바를 하면서 유럽 여행 경비 300만원정도를 모았었다.

300만원이면 1달 여행은 무리고 2주 정도 딱 여행할 수 있어서,

평소에 정말 가고싶었던 영국과 스페인 이렇게 두 나라만 여행하게 되었다.

 

1년 내내 여행 계획짜고 돈 모으고 하다보니까

막상 출발 날짜가 다가오니까 엄청 싱숭생숭했던 기억이 난다.

출발 전에 별의 별 걱정이 많았었는데,

혼자 이렇게 길게 멀리 여행하는게 처음이라서 좀 쫄리기도 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해놓고 막상 갔더니 별로면 어떡하나 싶기도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는 날 내 여행은 시작됐다.

 

 

2017.12.29

 

비행기 표를 예매할 때 처음에 아시아나에서 표를 끊었었다.

첫 여행이라 직항이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아시아나에서 표가 싸게 나왔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할 때는 런던, 파리를 가기로 했었는데

막상 계획하다보니 스페인 쪽으로 일정이 틀어져서 런던 in 마드리드 out으로 표를 바꾸게 되었다.

 

마드리드는 대한항공이 취항하긴 하지만 내 일정에는 운항하지는 않아서,

케세이 퍼시픽 Cathay Pacific을 타고 홍콩을 경유하게 되었다.

이때 당시에 케세이 퍼시픽이 랭킹 탑을 달리는 항공사긴 했는데 재정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표가 좀 싸게 풀렸고, 연말 극성수기에 80만원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금액으로 표를 끊었다.

 

내 캐리어 싣는 모습

 

사실 이때가 내 두번째 해외여행이라 처음에 엄청 긴장했었다.

첫 여행은 상하이였는데 당시에 친구가 거기 살았어서 그냥 몸만 가면 되었지만,

지금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했어야 했다.

수화물 맡길때도 뭔가 잘못될까봐 긴장(?)되고

혹시나 수화물 잃어버릴까바 사진도 찍고

심지어 수화물 줄이 너무 길어서 놓칠까봐 인천공항 대기 사이트 가면서 확인하고 ㅋㅋ

 

 

특히 이때 새해가 이틀 정도 남았어서 공항 전체가 새해 맞이 분위기었는데,

금요일 새벽 아침인데도 사람이 진짜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하필 전날에 잠도 설쳐서 피곤했는데 사람들에 치여서 더 피곤했던 기억;

 

 

이날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아침을 못먹어서

탑승동에 있는 몇 안되는 음식점에서 밥을 해결했다.

사실 이게 큰 패착이었는데,

차라리 그냥 비행기에서 잠을 자거나 그냥 기내식을 먹었던 게 나았다.

왜냐면 이거 먹고 비행기에서 계속 속이 울렁울렁 거렸어서,,

게다가 커피까지 마시니깐 잠도 안오고 ㅠ

음식은 맛있었다 ㅋ

 

 

케세이 퍼시픽에서 런던까지는 무려 20시간,,ㅋㅋㅋ이나 걸렸다.

인천(ICN)에서 홍콩(HKG)까지 3시간 55분

중간 경유시간은 3시간 20분

홍콩(HKG)에서 런던(LHR)까지 13시간 10분..ㅋㅋ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인천에서 런던까지 12시간이 걸린다;ㅋㅋ

그니까 빨리 갈 수 있는걸 중간에 내려서 오래걸리는게 아니라 그냥 아예 반대편으로 가버린거였다.

다음여행때는 무조건 직항타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두 비행기타고 저 멀리 유럽 가는거라 그런지 타기 전에는 엄청 설렜다.

근데 엄청 당황한거는 이게 우리나라 국적기가 아니라 외항사라서 승무원들이 죄다 영어를 쓴다는 것이다.

나한테 승무원이 뭐 먹을거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처음에 벙 쪘다.

와 이제 진짜 여행 시작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던 순간이다.

 

 

심지어 사라도 무지하게 많아서, 옆 자리도 꽉꽉채워 앉았다.

그리고 기내식을 줬다..?

그렇다. 나는 무조건 식사시간이 아니면 기내식을 안주는 줄 알았던 것이다. (등신,,)

속만 더부룩하고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커피만 마실걸 후회했다.

근데 나름 다행인건 기내식이 정말 입맛에 안맞아서 거의 남겼다는 점(?) ㅋㅋㅋ

덕분에 기내식 사진도 없다.

 

 

웃긴게 우리나라는 분명 영하여서 패딩입고도 벌벌 떨었는데, 홍콩은 20도가 넘었다.

덕분에 겉옷 셔츠 다 벋고 티셔츠 한장입고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홍콩 공항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환승할 때 환승 방법을 몰라서 벙쪘는데,

그냥 transfer따라서 가면 알아서 되는거였다. ㅋㅋ

 

 

내 기억으론 이때도 계속 속이 안좋아서, 그냥 엄청 돌아다녔었다.

근데 홍콩 공항은 정~말 깨끗했다.

특히 내가 깨끗함의 기준은 화장실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인천급으로 깔끔했던 기억

공항이 엄청 크긴 하지만 구조가 나쁘지 않아서 동선이 이상하지도 않았다.

음식점도 많고 부대시설도 다양해서 왜 홍콩이 경유의 성지인지 좀 깨달았던 부분

 

 

3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홍콩공항이 뭐가 많긴 해도 나는 돈이 없기도 해서 스벅에서 음료수 하나 시켜먹었던거 밖에 기억이 안난다.

갠적으로 좀 신기했던게 홍콩은 영국령이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가 영국 브랜드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런던 가는 항공편도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 많았다.

그나마 다행은 내가 타는 비행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내 옆자리는 비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런던에서 홍콩까지는 장거리 비행기라 그런지 음식 메뉴판도 줬다.

이때 뭐 대단한게 나올줄 알았는데,, 이코노미는 이코노미다 ㅋㅋㅋ

사실 기억나는 음식은 빵이 엄청 맛있었던거 하나

출발할 때 런던 Landing Card도 작성했는데 저거 쓸 때 뭔가 엄청 두근댔다.

진짜 조금만 지나면 도착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설렜다.

 

 

근데 이게 진짜 13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이라 그런지 잠잘 준비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하필이면 나는 청바지에 셔츠입고 있으니 불편해서 잠이 들다가도 깨고 ㅡㅡ

그래서 이 다음 여행 때는 츄리닝에 맨투맨 입고 타고 슬리퍼도 하나 챙겨갔다.

 

 

받아온 예능도 다보고 영화볼거 뒤적뒤적거리다가 덩케르크랑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두 개를 봤다.

덩케르크는 진짜 개노잼이었다. 그냥 아카데미 작품같음. 갠적으로 전쟁영화는 빵빵쏴대는게 더 재밌는거 같다.

문제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였다.

나는 그냥 여기 나온 남자 배우가 다른 의미로 핫해서 (성추행 논란이 있는데 연기는 또 잘해서 아카데미상 유력하다고 함, 실제로 탔음) 그냥 한번 보게 됐다.

아 근데 내용이 진짜 너무 잔인했다.

고어물이라는게 아니라 약간 휴머니즘(?)영화인데 정말 안타까운 장면이 많았다.

내용은 밝히면 스포가 되니깐 참아야지.

암튼 이 영화보고 뭔가 확 다운되서 여행 직전의 설렘이 다 날라가버렸다ㅠ

 

 

옆에 사람들이 뭔가 라면을 시키길래 나도 맛이 궁금해서 하나 시켜봤다.

근데 무슨 소금에 절인 면이 하나 나왔다.

차라리 맵기라도 하던가,, 정말 맛없었다.

이게 맛있다고 먹는 외국인들도 정말 신기했다.

 

 

거의 13시간동안 밥먹고 - 영화보다가 - 노래 듣다가 - 졸고

반복하다보니 벌써 도착 시간이 다 되었다.

정말 오래 기다렸던 여행의 첫 시작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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